윤율리 라이팅 코퍼레이션

회사 소개

안녕하세요?

윤율리 라이팅 코퍼레이션은 망신스러운 문법 오류, 과도한 자아 확장, 영원히 흑역사가 될 할머니 시대의 철학 용어, 각종 하나마나한 소리로 점철된 글쓰기로부터 당신과 당신의 비즈니스를 지켜드립니다. 더 이상 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고통받지 마세요.

▲ 우리의 글은 서문, 비평, 보고서, 사내 이메일, 축전, 프러포즈 낭독사, 자기소개서, 노모께 드리는 안부 인사 등 제한 없는 형식으로 당신과 당신의 비즈니스가 목표하는 최대 이익을 달성합니다.

▲ 우리의 글을 통해 당신과 당신의 비즈니스는 보다 지적인 것으로, 시간을 들여 탐구할 만한 대상으로, 대중과 전문가의 흥미를 모두 잡아 끄는 유의미한 활동으로 거듭날 것입니다.

언제나 의뢰인의 만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윤율리 라이팅 코퍼레이션
책임편집인 윤율리

자동 견적 계산기

윤율리 라이팅 코퍼레이션에서는 원고지 10매를 약 A4 용지 1쪽으로 환산합니다. 원고지 21매 이상부터는 별도의 요율이 적용되니 문의를 바랍니다.

  • 서술하는 글쓰기: 제품 설명서나 보도자료풍의 평범한 사실 나열. 크게 기대할 것은 없지만 경제적입니다.
  • 산문처럼 쓰기: 내용과 형식의 균형, 자연스러운 서정을 추구합니다.
  • 문학적 글쓰기: 알레고리의 아포리아는 환상과 광기, 질서와 혼돈의 경계에 있습니다. 결과물이 시나 소설처럼 보일 수 있으니 주의하십시오.
  • 학술적으로 쓰기: 지적인 야심을 실현하려는 프로젝트에 적합합니다. 어렵고 사변적입니다.

윤율리 라이팅 코퍼레이션의 글은 회사에 고용된 내부 전문가(들)에 의해 작성되며, 각 담당의 정함은 내규에 따릅니다. 간혹 원고는 더 적합한 외부 필자에 의해 쓰여질 수 있습니다. 실제 작성자와 무관히 모든 글은 책임편집인(윤율리)의 편집과 검수를 거쳐 회사 이름으로 퍼블리싱됩니다.

두 차례에 걸쳐 원하시는 방향으로 디테일을 수정해드립니다.

분량을 선택하세요.

수신: 윤율리 라이팅 코퍼레이션
발신: 민구홍 매뉴팩처링

안녕하세요?

민구홍 매뉴팩처링은 여러 방식으로 회사, 즉 민구홍 매뉴팩처링 자체를 소개하는 데 주력하는 회사입니다. 그 과정에서 생산되는 부산물을 제품으로 출시하기도 하죠. 한편, 이처럼 원하시는 분에게 기꺼이 회사의 기술을 지원하기도 합니다.

말씀하셨듯 글쓰기는 기술(이자) 노동으로 좀처럼 존중받지 못합니다. 하지만 어떤 영역에서 글쓰기의 외연은 조금씩 넓어지고 있습니다. 예컨대 코딩은, 그 결과물이 기존 글쓰기와 조금 다르다는 점을 제외하면, 컴퓨터 언어를 도구 삼아 다루는 글쓰기죠. 이 제품 또한 그런 글쓰기의 결과물입니다.

귀사의 번창을 기원합니다.


수신: 민구홍 매뉴팩처링
발신: 윤율리 라이팅 코퍼레이션

안녕하세요? 귀사에 웹사이트 제작을 의뢰하고자 합니다. 조금 부연하면 원고 청탁을 접수하기 위한 웹페이지랄까 계산기랄까 그런 것이 필요합니다.

익히 알고 계시다시피 글쓰기는 기술(이자) 노동으로 좀처럼 존중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20년 전쯤 책정된 원고료 시가는 여전히 그대로고, 텍스트의 영향력은 짧은 말들의 범람 속에 점차 퇴보해가는 듯합니다. 시간과 에너지를 많이 뺏기지만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효능감이 없다 보니 원고 요청이 밀려드는 때가 되면 피로함이 먼저 앞서네요.

이 의뢰서를 작성하면서 저는 작년 어느 때 참여한 비평 세미나의 풍경을 떠올리고 있습니다. 비평의 현실, 글쓰기의 현실에 관한 몇 가지 짠하고 스산한 이야기들이 오간 그 자리에서, 한편으로 “비평의 위기” 같은 말을 들을 때마다 왜인지 코끝이 간지러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근래에 저는 비평을 주제로 한 여러 기획과 전시를 접했습니다만 정작 오늘날 (예술가이든 비평가이든) 스스로를 저자로 자각하는 주어란 얼마나 해롭습니까? 그럼에도 젊은 비평가들은 점점 더 엄혹한 업계의 사각으로 내몰리며 마치 나쁜 관습처럼 단단한 자아의 갑옷을 두르고 맙니다. 그러니까 어쩌면, 위기에 처한 것은 비평이 아니라 우리들의 비평적 강박은 아닐까 하는 작은 의심이 스치듯 제 마음에 솟았던 거지요.

글이 어떻게 생산되는지의 문제와 무관히 사람들은 누군가의 글쓰기를 필요로 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저는 무언가 다른 방법을 고안할 필요를 느끼고 있습니다. 의뢰드리는 웹사이트는 며칠전 김밥천국 주문서를 마킹하다가 그로부터 착안한 것이에요. 이 글쓰기 회사의 이름은 ‘윤율리 라이팅 코퍼레이션’으로 정했습니다. 그럼 귀사의 답변을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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